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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알아요

last modified: 2015-04-08 13:16:34 Contributors

youtube(L_W5ESyMxcA)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알아요
상대방 기분 맞춰주면 우리가 고길동이 된다고요. 알았어요?[1]
'그게' 라는 말을 빼니깐 대충 말은 된다

영화 부당거래에 나온 명대사.

"신경써서 잘 대해주다보면 나중엔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사실 이 영화에서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회생활 명언 따위의 목록에서도 왕왕 쓰이기도 했지만 영화에서 류승범검사도 양아치스럽게 만드는 실감나는 연기로 인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서 많은 공감을 샀다. 군대와 회사라는 조직 생활을 거치게 되는 남성들에게 꽤 뼈저리게 체감될 것으로 생각되며, 굳이 남성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남녀노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반드시 한 번은 겪게 되는 인생의 진리라 하겠다. 요즘은 남녀 관계에도 적용된다. 온라인 게임에도 많이 쓰는데 뉴비를 지원을 해주다보면 생기는 더 큰 혜택을 바라는 징징이들에게 하는 식으로.

사람 사는 건 비슷한지 영미권에서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Do Someone a Favor and It Becomes Your Job. 해석하면 부탁을 들어주다 보면 어느새 네 일과가 되고 만다.

오래된 관용어인 배부른 소리와도 뜻은 다르지만 통하는 면이 있다.

그런데 위 영상의 앞뒤문맥을 살펴보면 이 대사를 하는 시점에서 주검사(류승범)는 경찰한테 딱히 호의를 베푼 적도 없고, 오히려 경찰을 견제하고 자신을 방해하는 최형사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최형사의 조사(전화내역을 알아봐 달라는 것)를 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사실 주검사가 호의 운운하며 할 만한 말은 아니다. 거기다 주검사 자체가 대기업 회장 뒤를 봐 주는 썩은 검찰이다. 그런데도 이 대사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공감대를 얻는 이유는 그만큼 현대의 대한민국 사회가 남의 호의를 호의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을 이용하고 또한 순수한 호의란 것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묘하게도 영상만을 봤을 때는 의외로 주검사의 말이 틀리지 않다. 수사기관의 자체적인 내사란 게 제식구 감싸기의 논리로 빠지기 쉽기 때문에 타 기관에서 수사를 맡는 게 훨씬 공정하며, 경찰의 비리가 있으면 검찰이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사로 알아서 할 테니 간섭하지 말라'는 말에 를 날리는 통쾌한 장면으로까지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사는 반대도 성립한다. 당연한 권리니까 요구하는 것인데 그 이전까지 그 권리를 챙겨준 게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호의라고 생각해 당연한 일을 해주지 않으려는 심보가 그것으로, 최저임금 관련된 논란이 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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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이말년이 롤 웹툰에 사용한 이래로 히트를 쳐서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드립이다. 그리고 둘리를 모르는 세대는 그냥 오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