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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last modified: 2017-05-26 12:38:59 Contributors

朝三暮四

Contents

1. 개요
2. 도가적 접근
3. 경제학적 접근
4. 생물학적 혹은 언어학적 접근(?)
5. 정치적 접근
6. 패러디

1. 개요

고사성어 중 하나. 풀어 쓰면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열자》 황제편, 《장자》 제물론편[1]에서 기인한 고사성어다.

춘추전국시대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취미원숭이를 길렀다. 그런데 먹이가 부족해지자, 원숭이들에게 먹이(도토리)를 아침엔 3개, 저녁에 4개 준다고 하였다. 그러니 원숭이들이 마구 화를 내기에,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준다고 하였더니 원숭이들이 흡족해했다고 한다.잠깐 원숭이가 말을 한다 그말인가?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를 주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나 먹이의 갯수는 똑같지만,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에만 급급하는 어리석은 상황을 묘사할때 흔히 쓰인다. 또는 잔 술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모습을 비유하기도 한다.

2. 도가적 접근

사실 조삼모사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원숭이의 분간 못하는 멍청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원숭이들의 불확정적인 제안에도 유연히 대처하는 저공의 유연하고 자연스러운 태도를 강조하기 위한 우화이다.

원숭이들의 입장에서는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의 도토리를 받는 것은 옳지 않으며(非),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의 도토리를 받는 것은 그나마 옳은(是) 선택이다. 하지만, 저공은 처음에는 원숭이의 입장에서 '옳고 그름'이 뭔지 몰랐기에, 전자의 제안을 했다가 원숭이들의 반발에 마주친다. 여기에서 이분법적 사고에 찌든 사람[2]이라면 원숭이들이 말을 안듣는다고, 어리석다고 화를 내고 말았겠지만, 저공은 '원숭이가 옳다고 하는 것에 따라'(因是) 후자의 제안을 하여 원숭이들을 만족시켰다.

즉, 저공은 자기만의 관점(是非)을 원숭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원숭이의 관점을 받아들여(因是) 자신과 원숭이 사이의 갈등을 현명하게 조율하여, "자연적인 가지런함(天均)을 실현한" 현명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는 원숭이들이 딱히 멍청하다고 까이는 것도 아니고, 저공이 모든 것에 초탈한 신선처럼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정도지만, 이것마저도 많디많은 해석 중의 일부이고, 조삼모사의 비유의 의미를 모두 적자면 도가적 사상의 대부분을 설명해야 한다. 게다가 전통적인 학설과 달리, 노자장자의 사유가 다르다는 걸 전제하고 보면 기존 관점을 또 다시 뜯어고쳐야 한다. 시간이 남으면 한번 스스로 공부해 보도록 하자.

3. 경제학적 접근

원숭이가 아침에 네 개를 받으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1. 이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먼저 네 개를 받는 쪽이 이익이 크다.
  2. 시간이 지나면서 생길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할 때, 먼저 많이 받는 쪽이 안전하다. 이를테면 아침과 저녁 사이에 저공이 완전히 도산해서 먹이를 줄 수 없게 된다거나...
  3. 활동하는 시간이 많은 낮에 더 많은 영양소를 공급받을 수 있다. 반대로 수면시간이 많은 밤에는 낮보다는 적은 영양소만 필요하므로 굳이 저녁을 많이 먹을 필요성은 적다.

저공의 재정 상황이나 먹이 공급 상태를 고려하면, 원숭이들은 매우 현명한 선택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위의 메리트만 보고 아침에 받는 먹이의 양이 저녁 때 받는 먹이의 양에 반비례해 늘어날수록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데 먹이를 아예 5:2나 6:1 비율로 받게 되면 원숭이가 폭식소식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전제했을 때

  1. 항상 아침에 받은 먹이의 일부를 저녁을 위해 남겨두어야 하므로 남는 먹이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에 시간이나 비용 또는 에너지가 소모되고
  2. 이미 원숭이를 위해 꺼내놓은 먹이의 질과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저공이 저장해 둔 먹이보다 현저히 떨어져있을 가능성이 짙다.

즉 원숭이에게 있어서는 매 끼마다 남는 것 없이 먹고 속이 든든할 만큼만 받는 것 또한 하나의 요건일지도 모른다는 말. 다른 시뮬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변수를 다양화할수록 더 다각적으로 그리고 역시나 케바케 구도를 바라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데에 경제학을 적용시킨다는 것에서 잉여로움이 묻어나오는 것을 느낀다면 그것은 순전히 기분 탓.

일단 이러한 관점에서 원숭이들이 나름 현명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전제하면, 위의 장자적 해석도 충분히 말이 된다. 저공은 인간의 입장에서 원숭이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할만한 제안을 해준 센스쟁이가 되니까.(...)

4. 생물학적 혹은 언어학적 접근(?)

누구도 저공이 원숭이와 대화를 할 수 있단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대륙의 기상 거기에 아무리 원숭이라도 어떻게 고작 하루에 도토리 7개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신경쓰면 지는거다.

5. 정치적 접근

전형적인 포퓰리즘프로파간다중우정치의 실례이다.
우선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건 주인인 저공의 몫이고 의사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도 양도해서는 안된다. 아니라면 주인노릇 그만두던가.... 그런데 저공은 뻔뻔스럽게도 알고보면 동일한 조건임에도 순서만 바꿔 원숭이들에게 결정을 하라고 내민 것이다. 전형적인 정치인의 무책임한 태도. 책임회피이다.
게다가 애초에 옵션이 도토리 갯수를 줄이는것 박에 없었을까? 이것은 현대의 복지정책과도 일치한다. 넓게 주려면 재원을 더 확보하던가 아니면 한사람에게 돌아가는 양을 줄이는 것이다. 저공의 결정은 분배몫을 줄임으로서 조달자의 부담을 전가,회피시킨 것이다. 하다하다 안되면 원숭이를 좀 팔아버리거나 (복지 수급자를 축소) 아니면 가계부담을 하더라도 동일 먹이를 지급하거나(세금을 더 걷어 복지혜택을 주거나)하는 옵션도 분명히 존재 햇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공은 이것저것 다 무시한 채 두가지로 보이지만 실은 단 하나의 옵션만이 있는 것처럼 원숭이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원숭이들은 이것 저것 제대로 따쳐보지도 않고 여럿의 의견이랍시고 한가지를 선택해 버린다.
이는 저공이 무책임하게 던져버린 결정권을 원숭이들이 보기좋게 헛방으로 날려버린 꼴이다.
이로서 이 조삼모사는 현대의 국가행정 특히 복지행정의 의사결정과 집행,결산 과정에서 보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가감없이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6. 패러디

요즘은 그냥 굶긴다. 안습.(...)


개그 만화 《출동! 먹통X》로 유명한 병규의 작품. 이 짧은 두 컷 만화는 수많은 패러디를 남겼고, 결국 지학사 2-2 교과서에도 나왔다.

또한 2014년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한문 시험에도 나왔다.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에 등장하는 올란 대령도 시전했다.

올란: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내가 왜 당신네들을 도와?
발레리안:미라 한에게 돌아가고 싶나?
올란:필요한 거 말씀만 하십시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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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열자'가 장자의 윗세대(노자 아랫세대)로 추정되는 열어구(열자)에 의해 쓰여졌다고 추정되다보니, 후대 사람으로 추정되는 장자가 자신의 사상을 설명하기위해 이 일화를 '열자'에서 가져왔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 [2] 장자가 흔히 "꿈"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표현한 그런 인간군상.
  • [3] 영문판은 될대로 돼라 식으로 체념하는 말투지만 한국판은 처음에는 화가 난 듯이 말하다가 미라 한에게 돌아가고 싶냐는 말을 듣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급 협조적인 말투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