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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계획

last modified: 2015-01-19 09:17:32 Contributors

Plan XVII

Contents

1. 개요
2. 문제점
3. 실전

1. 개요

1913년 프랑스에서 채택된 대 독일 전쟁 계획.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독일과 전쟁이 난다 → 알자스-로렌으로 닥돌! 그리고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없다!

1905년 시작하여 독일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한 슐리펜 계획이 구체적인 전쟁 수행 방침을 담고 있는 것에 반하여, 실지 회복이라는 애국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다만, 이것도 전쟁계획은 계획이므로 어느 정도의 내용은 있었는데, 일단 아래와 같은 생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 독일이 알자스-로렌 방면, 즉 프랑스와 독일 국경선으로 쳐들어오는 경우
    자연스럽게도 제17계획은 공세계획 겸 프랑스의 방어계획이 된다. 쳐들어오는 독일군에게 반격타를 강하게 먹이면 방어에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럴 경우 해당 지역내에 프랑스가 여태까지 건설한 각종 요새 등 방어시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므로 최악의 경우 밀리더라도 장기간 방어가 가능하다.

  • 독일이 벨기에 방면 등 다른 루트로 쳐들어오는 경우
    일단 벨기에 방면으로 쳐들어오는 경우는 가능성이 낮다고 보긴 했으나, 만일 이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알자스-로렌 방면의 독일군 숫자가 줄어들게 되므로 목적달성에 용이하다고 보았다. 또한 회전문 효과로 인해 독일군이 다른 루트에 군대를 집중할수록 프랑스군도 알자스-로렌을 더 쉽게 탈환하고 라인강을 건너 독일 본토로 진군하기 쉽게 되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프랑스의 승리로 전쟁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프랑스의 생각대로라면 독일이 어떻게 하던지 알자스-로렌은 대부분 탈환이 가능하고, 설령 최악의 경우라도 독일의 침공군에 엄청난 반격을 가함으로서 방어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 문제점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프랑스의 계획 자체가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 앞서 언급했듯이 알자스-로렌 탈환 이후의 계획이 없다. 모든 일이 잘 된다는 최상의 경우라도 해당 지역을 탈환한 다음의 계획이 없다. 슐리펜 계획도 최소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까지 근접해서 프랑스의 항복을 유도한다는 방침이 있으므로 적어도 전쟁의 종결에 대한 구상은 있는데, 제17계획은 설령 100% 성공하더라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당장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에는 근접도 못한 상황에서 프랑스의 승리로 전쟁이 끝나기를 빈다는 것이 딱 도둑놈 심보다.

  • 알자스-로렌 지역을 포함한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선에는 양국이 설치한 각종 방어물로 도배가 된 것을 무시했다. 게다가 이런 사실은 이미 양국이 충분히 알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장 프랑스의 제17계획도 밀리면 프랑스에 설치된 요새시설을 이용해서 방어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인 독일 쪽에 제대로 된 방어시설이 없으리라고 보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 회전문 효과가 프랑스군에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착각했다. 당장 독일군이 다른 루트로 침공할 경우, 알자스-로렌 방면의 프랑스군 주공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나머지 프랑스군이 독일군을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런데, 회전문 효과를 생각하면 프랑스군의 침공에 남아있는 독일군 방어군이 약화되는 것처럼 다른 방면의 독일군을 막을 프랑스군도 약체화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다. 여기에 더해서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프랑스군이 베를린에 당도하는 것보다는 독일군이 프랑스의 파리에 당도하는 것이 더 빠르게 된다. 42일만에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낸다는 슐리펜 계획이 바로 이것을 노린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제17계획은 역지사지가 뭔지도 모르고 자신들만 유리하다고 생각한 계획같지도 않은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실전에서 바로 나가떨어지게 된다.

3. 실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후 프랑스군은 본 계획에 따라 알자스-로렌으로 공격을 시도하였다. 당시 다양한 경로로 들어온 첩보는 독일이 벨기에를 통해 우회하여 침공할 것을 시사했지만 공격지상주의(엘랑 비탈)가 지배하고 있던 프랑스군 수뇌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조건 강공을 시도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이 배치된 부근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독일군의 방어가 완강하여 공격은 지지부진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때 공세를 한 것조차 잊곤 한다. 프랑스 군부에서는 나폴레옹 시대의 기병의 기동력을 믿었으나 이미 기관총이나 야포가 널리 보급된 상황이라 참호를 파고 대응 사격을 하면 기병의 일제돌격이 먹힐리가 없었다. 게다가 해당 방면에는 독일이 설치한 각종 요새와 방어시설물이 넘치는 상황이니. 이런 상황에서도 공격 의지가 부족해서 이를 돌파하지 못한다며 일선 지휘관을 교체하는 병크까지 벌어지고 만다.[1]

게다가 계획이 정체된 상황도 오래 지속되지 않았는데, 독일군이 곧 벨기에를 통하여 넘어오자 이를 막기 급급하여 프랑스군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바빴으며, 덕분에 알자스-로렌 방면의 독일군이 반격해서 상실한 지역을 되찾은 것도 모자라 오히려 국경선을 넘어서 일부 프랑스 영토를 점령하는 등의 흑역사로 남겨지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안한 것만 못한 결과로 남았다.

하지만 정말로 이 계획이 성공했더라면 프랑스군이 너무 멀리 진격한 덕분에 마른 전투에 제때 병력을 투입하지 못해서 오히려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배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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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1차세계대전은 철조망, 기관총, 참호, 요새로 도배한 방어자의 화력이 고작해야 19세기 기병 수준이었던 공격자의 기동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킨 대단히 특이한 상황이었다. 결론은 참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