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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last modified: 2015-03-03 17:16:13 Contributors

형법 제10조(심신장애자) ①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
③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범죄자를 용서해주는 마법


형법상에서는 심신미약, 민법상에는 심신박약이라고 한다. 말만 조금 다르지 똑같다.

심신상실과 더불어 심신장애로 불리며, 판단력 등을 완전히 상실한 심신상실보다는 조금 덜해 판단력 등이 미약한 경우를 가리킨다. 심신미약에는 엄청나게 큰 정신적인 쇼크등에 의한 일시적인 신경쇠약과 알콜중독, 노쇠, 정신병 등 지속적인 심신미약이 있다.

심신미약은 정신의학상의 관념이 아니라 법률상의 관념이므로, 그 심신미약의 인정은 헌법과 책임에 비추어 법관이 행하는 것이며, 의학적인 평가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심신미약자는 3대 무능력자의 일부 요건에 해당하는 한정책임능력자로서 그 형이 감경된다. 이는 형법이 취하고 있는 책임주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책임 없는 곳에 형벌 없다'는 법언이 말해주듯, 한정책임능력자는 어느 정도 형벌을 감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독일의 경우에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감경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이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관이 증거를 통해 결정한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고 의학적인 판단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고[1], 의학적인 판단을 전문가에게 받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의견으로 판사는 그에 구속되지 않는다. 당연히 판사는 모든 정황을 따져 공정히 판단 후 결정하겠지만 판사는 신이 아닌지라 심신미약 판정에 있어서 논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의사와 판사의 판단이 다른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의사가 심신상실 판정을 냈는데 판사가 심신상실까지는 아니고 기껏해야 심신미약라고 본다거나 혹은 아예 심신 장애를 인정 안 하는 경우다.[2]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심신장애의 주장과 입증은 대부분 피고인 측에서 한다.[3] 세상에 어떤 미친심신미약의 변호사가 심신장애를 주장하면서,피고인에게는 심신장애가 없다고 감정하는 의사를 증인석에 앉히겠는가?

그래도 심신장애 주장은 가장 써먹기 좋은 감형방법이다. (다만 '정상인인데 술 빨아서 그만...' 식이 아니라 '제가 정신병자라서요' 식으로 주장하면 치료감호소라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인생 퇴갤이라고 봐야 한다. 치료감호소는 일단 명목상으로는 국립 정신병원이기는 한데, 여길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이 사람은 법원에서 공인받은 심신미약이면서 범죄까지 저질렀음이라는 국가 공인이 되기 때문에. 본격 아캄 수용소)

비단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가해자가 심신장애를 주장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심신장애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편이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괜히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범들이 재판에서 자신이 정신병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하도 이런 사례가 많다 보니 미국 일부 주에서는 배심원의 판단에 따라 심신장애를 씹어 버리는 법도 있다. '책임은 없지만 유죄'인 셈인데, 법 감정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책임주의 원칙상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하겠다.

자주 오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음주운전자는 심신미약에 의해 형이 감경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전의 정이 없다'고 형이 무거워지면 모를까...

이는 형법 10조 3항의 존재 때문이다. 형법 10조 3항은 자의로, 그리고 위험을 예견하고 심신장애 상태에 빠지면 감면을 안 해준다는 조항이다. 술에 취했는데도 운전대를 잡는 것 자체가 자기가 운전을 하면서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위험을 예견하고 잡는 것일 테니까. 다만 학계에서의 다수설은 사실 독일 학설을 거의 베껴왔기 때문에 국내 현실에서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자세한 내용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참고. 이 학설의 원본격인 독일의 형법에서는 '술을 마시고 명정상태(꽐라)에서 범죄를 저질렀는데 형법상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어서[4] 처벌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법리적 명분상) '명정상태에 빠진 것 자체를 죄로 보는' 죄목인 완전명정죄가 존재하지만 한국 형법에서는 그게 없다. 그래서인지 판례에서는 과실에 의한 원자행의 경우도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처벌한다.

아무튼 착한 위키러들은 그런 일 없겠지만 술 마시고 범죄 저질렀다고 심신미약 드립을 치지는 말자. 술 마셨다고 무조건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런 주장을 했다가(ex. 술을 너무 마셔서 당시 기억이 없다 등) "이거 죄질이 나쁘구만?" 하고 가중처벌 받는 사례도 꽤 된다. TV에 나오는 범죄자들, 대표적으로 이 새끼는 도대체 왜 감형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배우 조형기도 이와 관련이 있다. 가수 은지원이와 관련이 있다.

일본 형법에서는 형법 제39조[5]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다룬 영화 39 형법제39조라는 영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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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의학적인 판단 안 했다가 대법원 가서 깨진 판례가 제법 된다
  • [2] 아무래도 심신미약 여부를 판정하는 쪽은 정신과 쪽이고, 세계적으로 정신과는 다른 진료과목의 의사들한테도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 딱지를 붙인다고 까이는 분야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판에, 판사들이 정신의학 쪽 전문 지식을 갖울 것을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이런 의견차이가 많이 발생한다. 일단 DSM만 봐도 별의별 상황을 다 정신병으로 분류해 놨지만, 까놓고 말해서 우리 아버지 세대에서는 정신병자라고 하면 아예 말도 안 통해야 하는 줄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 [3] 드문 경우 판사가 심신장애의 의심이 들어 석명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말 드문 경우다. 석명권은 검사와 변호사 양측의 증거제시 턴이 끝났음에도 판사가 아리송한 것이 남아있을 때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이고, 그나마도 재판이 원님재판으로 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최소한으로만 행사된다. 검사도 객관 의무라 하여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내놓을 의무가 있으므로 검사가 피고인의 심신장애를 주장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자기가 기소한 범인한테 그런 걸 해줄 리가 없잖아? 범인이 심신장애 같았으면 애초에 기소를 안 했겠지.
  • [4] 원자행 문서에 써 있지만,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는 그걸 저지를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심신미약 상태에 빠진 경우가 아니면 전부 과실범이거나 아예 무죄다.
  • [5] 제39조 ①심신상실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 ② 심신모약(耗弱)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