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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삐딴 리

last modified: 2015-04-09 08:57:23 Contributors

Contents

1. 개요
2. 줄거리
3. 상세


1. 개요

전광용(1919~1988)의 소설.

현대 소설로 제7회 동인문학상 수상 작품이다. 사상계 1962년 7월호에 발표되었다.

일제강점기 후반~대한민국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이인국'이라는 기회주의자 의사의 이야기. 제목의 꺼삐딴은 러시아어의 Капитан(Kapitan; Captain)이라 한다.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먼, 어떻게 보면 씁쓸할 정도로 현실적인 줄거리이다.

2. 줄거리

작중 이인국은 50년대 후반을 무대로 서울의 유명 외과 과장. 인생의 승리자답게 한참이나 연하인 간호사였던 혜숙을 아내로 삼아 늦둥이를 낳고 살고 있다. 아들은 실종 상태, 딸은 미국 유학가서 미국인과 결혼하기로 했다.

사실 이인국 박사는 일제강점기 당시 북한 지역에서 유명 외과병원의 원장으로 결벽증적인 깔끔함과 꿈에서조차도 일본어를 고집하는 깐깐한 성격으로 등장한다. 주 고객은 일본인이나 친일 조선인 부호 등으로 가난한 이들이나 불령 선인은 가차없이 내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소련군이 진주하게 되고 로스케의 대리통치가 시작되자 친일파 색출 및 처벌이 시작되었는데 하필이면 자신이 치료를 거부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게 딱 걸려서 친일파로 찍혀서 형무소로 끌려가게 되었고 온갖 욕설과 구타에 시달렸다. 결국 죽기 직전까지 갔지만 때마침 형무소에 이질 환자가 발생하였는데 이들을 치료할 만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 없자 형무소장은 이인국을 불러 응급처치실에서 일할 것을 명령하면서 죽음을 앞둔 처지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응급처치실에서 이인국은 스텐코프라는 이름의 소련군 군의관이 높으신 분이란 사실을 깨닫고 잘 보이기 위해 성심성의껏 환자들을 돌보고 러시아어 교본을 구해 불철주야 러시아어 공부에 매진한다. 스텐코프 역시 그런 이인국에 호감을 보였다. 그렇게 어느정도 친분 관계가 형성되고 말도 통하자 그의 턱에 있는 혹을 수술해주겠다고 제안하였으며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마쳐 스텐코프의 환심을 살 수 있었다.(물론 서약서에는 수술 실패시 총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덕분에 아직까지는 불안불안하던 신변 안전을 완전히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친소 노선을 걷기로 결심하였으며 아들에게 러시아어를 배우라고 격려하였다. 그리고 스텐코프의 추천으로 소련 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들을 모스크바 유학까지 보냈지만 전쟁통에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실종 상태.

회상이나 언급을 통해 보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청진기 하나만 들고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는데, 이 와중에 아내는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서 병사했다. 남한에서도 뛰어난 의료기술을 바탕으로 미군의 환심을 사게 되고 그 지원으로 대형 병원의 원장으로 지내게 되자 다시 친미 노선으로 갈아탔다. 유학간 아들의 생사는 불명인 상태였고 대신 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 딸 역시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딸의 이름은 나미. 본래는 나미꼬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집안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그러다가 해방이 되자마자 부랴부랴 이름을 나미로 바꿔버렸다. 사실 친미파라서 자식을 보낸 것도 있고 어제까지 언니였던 또래 나이의 간호사가 엄마가 된다는데 문제가 있어서 도피성으로 간 이유도 있다. 원래는 나미도 혜숙을 언니처럼 따랐고 아빠와 혜숙의 재혼에 찬성했지만 막상 재혼하고 나니 혜숙을 어려워했다고.

그 후 딸은 미국인 동양학 교수와 눈이 맞아 국제결혼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미국인 교수는 나미가 영문과를 택했을 때 개인지도를 해줬을 뿐만 아니라, 스칼라십을 얻게 해 준 것도 그고, 유학 절차의 재정 보증인을 알선해 준 것도 이 외인 교수였다. 그러한 시류에 따라 나미가 미국 유학을 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것은 오히려 아버지인 이인국 자신이었다. 게다가 이왕이면 한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던 그 교수의 솔직한 고백에, 자기의 학문을 위한 탁월한 견해라며 크게 찬성해주기까지 했었다. 돌이켜보면 죽 쒀서 개 줘버린 셈.

이인국은 미국과는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면서도 딸이 '코쟁이 미국인'과의 흰둥이 혼혈을 낳는 것은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내선일체에 의해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인처럼 살아간다' 는 관념에는 별 거부감을 보이지 않았으면서도 미국인과의 국제 결혼에는 반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자기 늦둥이가 대학 갈 때 유학 알선을 위해서는 코쟁이 사위도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이인국 본인도 미국 대사 브라운의 협력과 배려로 미국 여행을 준비하고 며칠 뒤 휴전선 근방으로 사냥을 가자고 약속하며 택시를 잡는 걸로 이야기가 끝난다. 마지막 대사부터도 "나보다 더한 놈도 더 있는데 뭘. 이 이인국이가 뭔 잘못이냐..." 는 말을 하며 끝나는 게 실제 친일파들이 자주 하던 대사인지라...

3. 상세

그냥 보면 격동의 시대를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면서 인생의 승리자를 그리는 작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데 사실상 이 작품의 주인공인 이인국 박사는 딱 봐도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며 친일-친러-친미의 노선을 연속으로 갈아타며 애국심은 전혀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당시의 혼란스러웠던 한국 사회를 반영한 것으로 유명한 모 매국노도 이와 비슷한 전적을 갖고 있다. 사실 초반 안습과 중간단계인 친러만 빼면 많은 친일파들에 적용할 수 있는 사례.

사실 북한에서 아들을 모스크바 유학까지 보낼 정도였는데 6.25 전쟁월남하는 건 무슨 이유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소설에서는 6.25 사변 직후 월남하는 걸로 묘사되어 있다. 그냥 단순히 자본주의가 더 좋았고 북한에서의 행보는 살아남기 위한 포장이었다는 게 정설. 아니면 소설 초반에 공산주의 계열한테 찍힌 걸 봐서 전쟁 통에 벌어질 학살을 예견하고 피신한듯 하다. 물론 이후 북한이 토사구팽식으로 김일성의 동료들마저도 수상하다 싶으면 숙청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인국 역시 월남 안 했으면 진짜 죽었을지도. 그래도 자식은 자식인지, 전처인 혜숙이 피난 중 수용소에서 병사한 것에는 하나뿐인 아들이 실종된 것도 원인이라 것을 보면 그 역시 나름대로 죄책감은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나마 인간적인 부분이 있다면 딸인 나미를 꽤나 애지중지한다는 것. 나미가 미국으로 떠난 후에는 새아내와 늦둥이가 옆을 지키고 있음에도 여전히 나미의 빈 자리를 느끼며 허전해한다거나, 나미가 미국인 교수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분노하면서도 차마 대놓고 반대는 못하고 그냥 '충분히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라'고 마지못해 허락하는 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은 겸사겸사 딸을 만나러 미국행 절차를 밟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나미의 언니 또래인 혜숙의 육체에 자극을 느끼면서도 순간적으로 나미를 떠올리고는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제국대학 의대를 졸업했고 졸업 때 받은 제국대학 문장이 새겨진 시계를 매우 소중히 생각한다. 당시 일본 대학의 풍습으로 보아 졸업식 때 시계를 받았다는 말은 그가 수석 혹은 그에 준할 정도로 우수한 성적이었음을 암시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의사로서 실력은 거의 최고인 듯. 일본 케이오 대학병원에서 수술하지 못한 환자도 말끔하게 완치시킨 경험이 있다고 작중에서 회술하는 부분이 있다.

윤승운 화백이 한국 단편소설 만화로 그렸을 때 굉장히 이 이인국이란 캐릭터가 싫었는지 카멜레온으로 그려내며,마지막에 지나가는 스님이 끼어들어 '저 속물' 이라고 욕하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참고로 의사들은 그 당시 한국의 의사가 저렇게 실력이 좋았을리가 없다고 비현실적이라고 한다. 실제로 6·25 전쟁 때 미국 의사들은 조금만 총상을 입었어도 무조건 손발 절단 수술을 해버리는 한국 의사들에게 질겁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