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HRSS

과잉 수정

last modified: 2018-03-01 19:32:03 Contributors

영어: hypercorrection
과잉 교정, 과잉 정정, 과도 교정이라고도 한다.

어법(맞춤법, 문법 등)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려고 하다가 실수로 어법에 맞는 것까지 틀리게 고쳐 써 버리는 것을 말한다. 올바른 발음을 하려다가 실수로 틀린 발음을 하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볼려고', '할려고', '읽을려고'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ㄹ려고'를 쓰고 있었다고 하자. 이 사람은 나중에 ㄹ이 없는 '-려고'가 맞는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보려고', '하려고', '읽으려고'와 같이 고쳐 쓰기 시작했는데, 이때 원래부터 맞는 '만들려고'까지 '만드려고'로 잘못 고쳐 쓰게 됐다고 하자. 이 '만드려고'가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 1988년의 맞춤법 개정 이후 '-읍니다'와 '-습니다'를 모두 '-습니다'로 통일했는데, 일부 사람들이 '-습니다'와 상관이 없는 명사형 어미 '-음'까지 '-슴'으로 바뀐 것으로 착각해 '있음', '없음'을 '있슴', '없슴'으로 잘못 쓰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댓가', '싯가', '뒷통수', '윗쪽'과 같이 사이시옷이 붙을 조건이 아닌데도 사이시옷을 붙이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되고, 외래어를 사용할 때 [f] 발음을 혼용하다가 원래 [p] 발음인 것까지 [f]로 잘못 발음해 버리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

과잉 수정은 사람 심리의 문제라, 언어를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다. 영어에서는 Me and John had lunch together yesterday.와 같이 주격 I가 들어갈 자리인데 목적격 me를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John and I had lunch together yesterday.로 쓰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것의 영향으로 This is a problem between you and I.와 같이 목적격 me가 들어가야 하는 자리에 주격 I를 잘못 집어넣는 과잉 수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octopus의 복수형을 octopi로 쓰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1]

일본어의 경우 마니와 테후테후마니와 케후켄을 예로 들 수 있다. 蝶(チョウ)의 독음은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르면 テフ(tepu)[2]가 맞는데, 이것에 이끌려 狂(キョウ)의 역사적 가나 표기법에 따른 독음까지 ケフ로 착각해 버린 것이다.

과잉 수정으로 새로운 단어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중세 한국어에서는 구분 없이 'ᄀᆞᄅᆞ치다'였고, 아래아가 첫 음절에서는 ㅏ, 두 번째 음절부터는 ㅡ로 변하면서 '가르치다'가 된다. 그런데 중앙 방언 화자들이 이 '치'를 동남 방언 등의 ㄱ, ㅋ 구개음화(기름 → 지름 등)의 영향으로 잘못 알고 '치'를 '키'로 바꿔(역구개음화) '가르키다' 또는 '가리키다'라는 단어가 생겼으며[3], 이것이 1930년대에 표준어를 처음 제정할 때도 반영되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는 별개의 단어가 됐다. 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를 혼동하는 것이나 '가르키다', '아르키다' 같은 변종이 탄생한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외래어를 적을 때 이국적으로(?) 적는답시고 '크루져'(cruiser)와 같이 원음이 구개음이 아닌 경우에도(물론 원음이 구개음이어도 마찬가지지만) '쟈', '챠'와 같은 ㅈ, ㅉ, ㅊ 다음의 이중 모음을 쓰는 것도 과잉 수정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틀렸다고 오해하기 쉬운 한국어도 과잉 수정의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인터넷 신조어인 '과잉 교정 인간'은 문법 나치표준어 제일주의자에 가깝고, 언어학의 과잉 수정이나 과잉 교정과는 별 상관이 없는 말이다. 과잉 수정 또는 과잉 교정의 본래 의미대로라면 과잉 교정 인간은 '만들려고'를 '만드려고'로 쓰는 사람이나 '있음'을 '있슴'으로 쓰는 사람을 지칭해야 한다. 즉 '과잉 교정 인간'이라는 인터넷 신조어에서 '과잉 교정'은 언어학의 과잉 수정이나 과잉 교정의 본래 뜻과는 정반대의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
  • [1] -us의 복수형이 -i가 되는 것은 라틴어 유래의 단어인데(alumnus/alumni, radius/radii, focus/foci 등), octopus는 그리스어 유래의 단어인지라 복수형이 -i가 되지 않는다. 그리스어식으로 제대로 하자면 octopodes여야 하고, 영어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복수형은 그냥 -es만 붙인 octopuses이다.
  • [2] ハ행의 원래 자음은 /p/였다. 이것이 순음퇴화로 인해 /ɸ/로 변했고 나중에 フ를 제외하고는 /h/로 변한 것.
  • [3] ㄱ, ㅋ 역구개음화의 다른 사례로 딤ᄎᆡ → 짐츼 → 김치, 디새 → 지새 → 기와, 치 → 키(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장치) 등도 있다. '기와'의 경우 '새'가 '와'로 변한 이유는 확실하지 않으나 한자 瓦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